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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할인도 못하는 저는 무능력자 입니까?"...수입차 영업사원의 한숨

입력 : 2018.04.11 06:45:00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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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을 더 못한다고 했더니, 저를 무능력자 취급하더군요. 진짜 제가 무능력자 입니까? 아니면 비상식적으로 할인하는 저들이 미친 겁니까?"

사람이 없어 한산한 모 수입차 전시장, 한 영업사원이 한숨을 푹 내쉬며 격정을 토로한다. 그가 판매하는 차는 몇년간 우리나라에서 견고한 실적을 내왔던 중견 브랜드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일부 수입차가 대대적인 할인에 나서면서 수입차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도 할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요즘 돌아가는 모양새는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BMW 제공

최근 수입차 시장에서 '1000만원' 할인 쯤은 우습다. 2017년 말부터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이 할인 공세를 펼치더니, 2018년에는 그 할인액을 더 늘렸고, 판매량도 크게 증가했다. 그러자 여기에 동참하는 수입차 브랜드도 하나둘씩 늘고 있다. 재규어의 경우 일부 차종을 중심으로 2000만원 할인을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이제 막 판매를 시작한 폭스바겐과 아우디도 원래 책정했던 가격으로는 판매가 늘지 않아 1000만원 이상 할인에 나섰다.

이른바 '잘나가는' 상위 업체들이 전체 시장을 이끌면서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낙수효과'는 수입차 시장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벤츠와 BMW는 전체 수입차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그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2018년 1분기 신규등록한 수입차는 총 6만7405대다. 2017년 1분기 수입차 점유율이 56.2%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에 3.4% 포인트가 올랐다.

상위 업체들이 대대적인 할인공세에 나서자 점유율 중하위권 수입차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그러나 할인액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어서 딜레마다. 상위 업체와 비교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적은 탓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벤츠 제공

때문에 몇몇 브랜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입차 영업 일선에서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나 영향력에서도 벤츠나 BMW에 밀리는데, 가격도 큰 차이가 없어서다. 이들과 대등하게 싸우려면 할인도 대등한 수준에 맞춰야 하지만, 도통 여력이 되지 않는다. 5000만원짜리 차를 1500만원 할인해 3500만원에 판매하는 고급 브랜드와 4000만원짜리 차를 500만원 할인해 3500만원에 파는 대중 브랜드 사이에서 소비자는 당연히 고급 브랜드로 몰릴 수밖에 없다.

수입차 거리로 불리는 강남 도산대로에 위치한 A 브랜드의 영업사원은 "요즘 전시장을 찾아오는 고객은 무조건 할인액부터 묻는다"며 "고객이 생각한 것과 할인폭이 다르면 열이면 열 '벤츠도 1000만원 할인하던데'라는 말이 따라 붙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그렇게 할인해 줄 수가 없다"며 "1000만원 할인하면 차를 판매해 남길 수 있는 이익이 없으니, 차라리 차를 팔지 않는 것이 낫고, 때문에 실제로 최근 일을 아예 쉬는 영업사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B 브랜드의 다른 영업사원은 "있는 사람들이 더 한다고 요즘 수입차 업계는 그야말로 '미친' 할인이다"며 "수입사도, 본사도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쥐어 짜며 차를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브랜드와의 경쟁도 경쟁이지만, 같은 브랜드 내의 영업사원끼리도 할인 경쟁이 치열하다. '1만원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1만원 전쟁이란 영업사원들 사이에서 경쟁이 붙은 경우 무조건 상대 영업사원보다 1만원 더 할인하는 것으로, 출혈경쟁의 민낯을 보여주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수입차 브랜드와 전시장이 빼곡하게 들어선 수도권 시장의 경우에 이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재규어랜드로버 제공

지방은 또 지방대로 시름이 깊다. 수도권에서 할인경쟁이 벌어지자 블랙홀처럼 지방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산보다 서울 할인액이 크면 달라 부산에 거주하더라도 서울 판매사에서 차를 구입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같은 차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추세에 대해 수입차 업계 고위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의 건전성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할인 판매는 시장 왜곡이 일어나며, 내려간 가격만큼 중고차 시세도 요동치게 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그는 "최근 수입차 업체들이 신차 판매에서 손해를 본 것을 애프터 서비스 등에서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며 "예전에는 무상 제공하던 일부 소모품을 유상으로 전환한 사례가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악효과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할인 판매를 그칠 수 없는 것은 판매 증진이라는 실제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할인은 달콤한 마약이다. 할인하면 그만큼 판매가 늘어나는 것이 어느덧 업계의 공식처럼 통하고 있다. 시장이 포화라는 얘기도 계속되지만 국산차가 주춤한 사이 이 시장 점유율을 갉아 먹으며 계속 성장 중이다.

이와 관련 박재용 자동차미래산업연구소 소장은 "묻지마 할인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길 수밖에 없는 것이 분명히 경제적으로 이득을 차지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정말 이득을 본 것인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할인으로 폭발적으로 시중에 차가 늘어나면 애프터 서비스 비용이나 접근성이 떨어지고, 중고차 가격이 내려가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는 악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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