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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의 Wide & Wise 군사] 차세대 핵무기를 총동원한 전략군의 열병식

입력 : 2018.02.11 16:34:43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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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8일 북한 열병식 분석…규모는 줄었지만 내용은 도발적

북한이 드디어 열병식을 열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열병식을 거행하지 않거나 축소함으로써 성의를 표시할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이 넘쳐났다. 평창동계올림픽 단일팀 구성 등 남북관계의 호재가 있는 만큼 북한이 스스로 판을 깨겠냐는 것이다. 또 열병식 전날 북한이 외신의 열병식 취재를 거부하자, 북한이 우리를 배려했다는 식의 주장이 넘쳐났다. 대량살상무기(WMD)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평화올림픽을 지향하는 평창올림픽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8일 열병식 주석단의 모습. / 북한 정부 매체 사진

8일 열병식이 있었다. 외신이 없는 열병식은 사실 북한에 통상적이고 정상적인 성격의 열병식이다. 실제 북한이 실시한 열병식을 모두 공개하는 건 아니다. 필요한 만큼만 외부에 공개한다.

외신에 대대적 공개를 한 것은 김정은 시기 들어 이례적인 것이다. 2012년 4월12일 김일성생일 100주년 열병식, 2015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2017년 4월 15일 김일성생일 105주년 열병식 등이다.

열병식이 끝나자 국내 언론사 반응은 혼재됐다. 대체로 2017년보다 축소된 열병식, 한미 자극의도가 없다는 등 해석이 많이 등장했다. 한 번 살펴보자. 과연 이번 열병식은 축소됐고 자제된 열병식일까?

◆ 축소됐을지언정 더 강해졌다

올해 열병식의 규모는 작다. 북한 열병식은 보통 열병종대 입장, 김정은 도착 및 주석단 등단, 애국가 및 국기∙당기 게양, 임석상관에 대한 열병지휘관의 열병식준비검열, 열병행진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 모든 과정에 걸리는 시각은 대략 2~3시간 정도이다. 그런데 이번 열병식은 방송시간이 1시간 43분정도 상대적으로 절반수준으로 줄어들어보인다. 그러나 이는 녹화방송이므로 필요없는 부분을 편집하였기 때문이지, 실제 열병식의 규모를 보았을 때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지는 않았다.

▲열병식 준비 검열 중인 김명남 제병지휘관과 박영식 인민무력상. / 북한 정부 매체 사진

제병지휘관 김명남 육군상장의 지휘 아래 시작된 열병행진을 보면 오히려 압축적이면서 위협적인 모습이 속속 드러났다. 처음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로 만든 깃발이 먼저 입장했다. 당시 인민군의 복장과 무장을 한 행렬이 다음 순서로 지나갔다. 창군 70주년 기념식이므로 70년전 평양역 광장에서 있었던 열병식을 떠올리기 위한 상징적 행렬인 것이다.

이후 군종별 행진이 진행됐다. 제일 앞에 선 것은 역시 김정은과 수뇌부를 지키는 호위사령부의 열병종대였다. 수령결사옹위가 국가안보의 최우선 목표인 국가이기에 당연한 수순이다. 그뒤로 육군을 대표해 제1군단 열병종대가 맨 앞에 섰다. 북한은 이 부대를 놓고 '전연군단의 맞아들'이라고 표현했다. 다음으로 2군단과 5군단 종대가 뒤따랐다. 육군 다음에는 해군과 공군의 열병종대가 각각 행렬에 나섰다.

▲특수부대만큼 강하게 무장한 전연군단의 모습. 개인적으로 전연군단 소속의 경보병으로 추정한다. / 북한 정부 매체 사진

북한 스스로가 '믿음직한 핵무장력'으로 평가하는 전략군 종대가 별도의 군종으로 공군 다음에 나섰다. 2017년 이후 선보였던 황토색 계열의 위장복의 동복을 입은 모습이 목격되는 것은 처음이다. 전략군 뒤에 선 것은 특수작전군이었다. 2017년에 최초로 별도 군종으로 활동중인 것이 확인된 특수작전군은, 2018년에도 강한 모습을 과시하기 위해 우리 군의 K11 소총과 유사한 복합소총을 전원이 무장하고 행진에 나섰다. 북한은 특수작전군을 '조선노동장의 붉은 번개'라는 수식어로 칭송했다. 김정은은 전략군과 특수작전군이 등장할 때만큼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환하게 웃으면서 신뢰를 표현했다.

▲복합소총으로 무장한 특수작전군의 모습. 북한의 복합소총 성능에 대해서는 여태껏 알려지지 않았다. / 북한 정부 매체 사진


◆ 육군과 제1선 장비 위주의 장비행렬

뒤로는 방어적 성격의 육군 부대가 등장했다. 서남전선을 담당하는 제4군단은 1∙2∙5군단처럼 헬리컬 탄창을 장착한 98식 보총에 야시경과 방탄조끼를 착용하는 등 과거 특수작전군 수준의 장비를 과시했다. 재래전력이 정예화했다고 암시하는 것이다.

수도인 평양을 방어하는 91훈련소, 수도 서쪽을 방어하는 3군단, 7군단도 등장했다. 국경을 지키는 부대로는 8군단과 최북단을 지키는 9군단, 백두산 인근의 10군단과 12군단 등이 열병에 나섰다. 평양지구 고사포병군단과 도로군단도 열병행진을 했다. 이외에도 4.25훈련소, 108훈련소, 815훈련소, 서울류경수제105땅크사단, 518훈련소 등 유명부대가 참가했다. 각 병종을 대표해 정찰병,도하공병, 통신병, 전파탐지병, 군의근무병 열병종대 등이 참가했다.

도보행렬 뒤에는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막간의 정리를 위해 70주년을 기념하는 '70'이라는 대열로 An-2 수송기 15대가 김일성 광장 상공을 스쳐 지나갔다. 항공기가 지나가자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지휘 지프차 뒤를 따르는 전차행렬이었다. 전차는 선군호로, 전면에 증가장갑을 장착하고 쌍열기관총과 대전차미사일, 대공미사일 등을 장착하며 여전히 과하게 무장된 상태로 나섰다. 전차 뒤에는 6x6과 8x8 차륜형 장갑차가 뒤따랐다.

▲열병식에 참가한 육군 기갑 및 포병전력. 선군호전차, 130㎜ 자주포, 170㎜ 자주포, 8연장 대공미사일 장갑차, 방사포 등이 보인다. / 북한 정부 매체 사진

포병은 2017년과 동일하게 북한 유일의 폐쇄식 포탑을 갖춘 130㎜ 자주포와 60㎞의 사거리를 자랑하는 170㎜ 주체포가 등장했다. 특히 130㎜ 자주포는 쌍열기관총과 쌍열 견착식대공미사일 등을 장착해 2017년보다 화력이 더욱 강화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두 포병 차량 뒤로는 곧바로 SA-13계열 8연장 국산 대공미사일 장갑차 행렬이 따라왔다. 하지만 북한 포병전력의 주력인 방사포가 포병의 후미를 장식했다. 독립 재장전이 가능한 122㎜ 40연장 방사포, 240㎜ 22연장 방사포, 300㎜ 8연장 방사포 순서로 등장했다. 이는 2017년과 동일한 순서다.

◆ 대한민국을 노리는 신형 미사일 등장

열병식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핵무기다. 일부 대북 전문가는 열병식에 핵무기가 등장하지 않거나 등장하더라도 편집을 통해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장밋빛 분석을 내놨다. 만에 하나 등장하더라도 단거리 미사일 정도만 나오고 신형 ICBM 등은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이 관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북한은 열병식 막판 핵무기를 자랑하며 마쳤다.

▲열병식에 처음 등장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올림픽의 기회를 준 대한민국을 노릴 수 있는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다. / 북한 정부 매체 사진

시작부터 강렬했다. 그동안 북한이 단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신형 전술탄도미사일이 공개됐다. 차량의 구성이나 외양상 러시아의 9K720 이스칸데르 미사일(NATO명 SS-26)과 유사했다. 더이상 단거리 미사일을 액체연료 방식의 구세대 스커드에 의존하지 않고, 차세대 미사일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계열을 주력으로 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물론 열병식에 샘플을 공개한 것만으로 개발이 완벽히 성공했다고 볼 수 없지만, 최소한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세대교체를 시작했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단거리 전술미사일. 북한 미사일도 외양과 개념이 유사하다. / 러시아 국방부 사진

원형인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무려 2m급의 정밀타격이 가능하다. 탄도비행도중에도 미사일방어시스템 요격을 피하기 위해 20G~30G에 이르는 급격한 자세변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바로 이런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참조해 만든 국산 미사일이 '현무2'다. 북한이 이스칸데르 계열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면 남북한이 공히 이스칸데르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또 북한은 올림픽 단일팀 참가라는 유화카드를 내비치면서도, 정작 한반도 전역을 불시에 타격할 수 있는 최신형 미사일을 개발해 올림픽 직전 열병식에서 과시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본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와 유사함을 알 수 있다. / 북한 정부 매체 사진


◆ 60%가 신형으로 바뀐 핵무기

2017년에도 등장했던 북극성2형과 화성12형은 그대로 나오면서 새롭게 바뀐 중거리 미사일 전력도 과시됐다. 등장하지 않은 무기도 있다. 정밀타격이 가능한 스커드VTO, 북한이 2006년부터 실전적 미사일로 자랑하던 무수단, 2017년 4월 첫 등장했던 ICBM급 미사일발사관 운반차량은 열병식에 등장하지 않았다. 이를 대신해 등장한 것이 성공적 시험발사를 마친 ICBM 2종인 화성14형과 화성15형이었다.

ICBM 자체가 새롭게 바뀐 점은 없었다. 하지만 화성14형은 트레일러에 실려나와 이동식 발사차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짐작케 했다. 또 화성14형은 이동식보다 지상의 사일로 발사 방식으로 운용할 가능성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화성15형은 신형발사차량 4대가 등장했다. 화성15형의 초도 양산과 함께 북한의 미사일발사차량 생산능력까지 엿볼 수 있었다.

▲화성15호 ICBM 미사일과 발사차량의 모습. 열병식에는 4대가 참가해 실전배치가 가능한 상태임을 과시했다. / 북한 정부 매체 사진

이번 열병식은 실제 참가병력은 줄어들었지만 능력만큼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과시했다. 해군과 공군 장비는 충분히 참가하지 못했지만 탄도미사일은 2017년 김일성 105주년 열병식처럼 거의 빠짐없이 참가했다. 즉 창군 70주년 열병식도 전략군 위주의 열병식을 보여줌으로써 북한군의 핵 능력이 이미 성숙했음을 과시하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쪽에는 올림픽 참가카드와 남북대화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핵무기만큼은 절대로 내려놓지 않겠다는 뜻을 이번 열병식에서도 읽을 수 있다. 역사에서 독재자가 스스로 강한 군사력을 내려놓은 사례는 없다. 이번 열병식은 북한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은 서울대 법대와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방부·방사청·합참 정책자문위원을 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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