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는 남자의 로맨스다."
3040세대는 어린시절부터 봐 온 공상과학(SF) 작품 속에서 이 말을 자주 들어왔다. 인류의 미개척지 우주는 전 세계 소년들을 흥분시키는 좋은 소재였고 실제로 우주선으로 우주를 항해하는 작품은 인기를 끌었다.
1970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애니메이션 '황금기'를 이끌어 온 일본은 현재 유명 할리우드를 이끄는 감독과 작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SF작품을 마구 쏟아냈다.
그중 1977년 방송된 '우주전함 야마토'(당시 한국명 승리호)와 '우주해적 캡틴하록'(하록선장)은 처절한 전쟁 속에 박력있게 묘사되는 전투 장면과 폭 넓은 인간 드라마로 1970년대 당시로서는 대중에게 참신하게 다가섰던 작품이다.

▲우주전함 야마토. / 야후재팬 갈무리
당시 야마토 각본가 야마모토 에이이치는 이 소설의 '지구의 위기로부터 탈출해 새로운 터전을 찾아 우주로 향한다'는 내용에 이끌렸다고 밝혔다.
SF작가 로버트는 러시아 출신 미국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와 영국작가 '아서 찰스 클락크'와 함께 3대 SF작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생전 32편의 장편, 59편의 단편, 16권의 SF단편집을 썼으며, 1959년작 '스타십 트루퍼스'는 인기 게임 '스타크래프트' 제작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우주전함 야마토는 태평양전쟁 당시 옛 일본해군이 사용했던 전함 야마토에 외계인의 기술이 담긴 '파동엔진'을 탑재해 우주전함으로 개조한 기체다.
원작자이자 만화가인 마쯔모토 레이지(松本零士)가 직접 감독까지 맡았던 애니메이션은 외계행성 가미라스의 침공으로 초토화된 지구를 살리기 위해 14만8000광년이라는 어마어마한 거리를 험난한 여정 속에 헤쳐 나간다는 내용을 담았다.
◆ 우주해적 캡틴 하록
검은 안대와 긴 앞 머리카락으로 보이지 않는 한쪽 눈을 가진 하록선장은 1980년대 한국 방영 당시 '애꾸눈 선장'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캡틴 하록. / 핀터레스트 갈무리

▲1978년 TV애니메이션에 등장했던 아르카디아호 2번함을 재현한 프라모델. / 하세가와 제공

▲1979년 극장판 은하철도999 이후 등장한 아르카디아호 프라모델. / 하세가와 제공
은하철도999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캡틴 하록에는 '퀸 에메랄더스호'도 등장한다. 만화・애니메이션 '퀸 에메랄더스'는 만화가 마쯔모토의 또 다른 작품으로 가스 비행선처럼 타원형 로켓과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다.
퀸 에메랄더스는 우주선의 이름이자 선장의 이름이기도 하다. 은하철도999의 '메텔'을 빼다 닮은 에메랄더스는 차갑고 강하지만 진정으로 용기와 신념을 가진 남자에게 한없이 부드러운 여자로 작품 속에서 묘사된다.

▲퀸 에메랄더스. / 핀터레스트 갈무리
◆ 스페이스1999
영국에서 만든 SF TV드라마 '스페이스 1999'도 3040세대가 선명하게 기억하는 작품 중 하나다. 드라마 속 우주 수송선 '이글 트랜스포터'는 프레임이 드러난 몸체에 삼각형으로 생긴 머리 부분을 갖추는 등 1970년대 당시 SF팬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는 외모를 지녔다.

▲이글 트랜스포터 프라모델. / 모델스타쉽 갈무리
◆ 우주전설 율리시스31
1980년대 국내 소개돼 당시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끈 '율리시스'는 아들 텔레마코스와 외계소녀 유미를 구하기 위해 사이클롭스라 불리는 기계 괴물을 쓰러뜨리지만, 포세이돈이 신의 대리인을 죽였다는 죄명을 씌워 율리시스 선장과 일행을 험난한 우주 모험에 내 몬다는 내용을 담았다.

▲오디세이 우주선. / 야후재팬 갈무리

▲율리시스 등장 인물. / 데비앙아트 갈무리
◆ 스타트랙
SF와 우주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스타트랙'이다. 드라마 스타트랙은 1966년 미국 NBC 방송국이 제작해 현재 인터넷 영화 서비스 '넷플릭스'서도 최신작이 방영되고 있는 SF 인기작이다.

▲U.S.S 엔터프라이즈 프라모델. / 독일 레벨 제공
스타트랙 속 우주선 'U.S.S 엔터프라이즈'호 선장은 제임스 T. 커크다. 그는 스타트렉 작품 중 행성연방 우주함대 '스타플릿' 조직의 최연소 함장이기도 하다.
NCC-1701 등록번호가 매겨진 U.S.S 엔터프라이즈호는 드라마가 첫선을 보였던 1966년부터 지금까지 5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디자인이 수정되고 보완됐다.
◆ 초시공요새 마크로스
우주전함 야마토가 외계인의 기술을 빌어 만들었다면 우주요새함 'SDF-1 마크로스'는 아예 인류가 외계인의 것을 빌려탔다고 말할 수 있다.
1982년 일본 현지 방영된 애니메이션 '초시공요새 마크로스'에 등장하는 마크로스 전함은 인류의 기술을 한참 초월한 '오버테크놀러지'로 만들어진 기체다. 우주전함은 '강공형'이라 불리는 거대 전투 로봇 모양으로 변신할 수 있으며 전함 내부에 로봇으로 변신하는 우주전투기 VF-1 발키리를 수납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속에서 마크로스 전함은 인간이 분석하지 못해 발생한 오작동과 미개발 구역을 보이기도 한다.

▲마크로스 요새함 프라모델. / 하세가와 제공
◆ 기동전사 건담
1979년 일본 현지 방영돼 로봇 애니메이션의 트렌드를 슈퍼로봇에서 리얼로봇으로 바꾼 장본인인 '기동전사 건담'에는 건담과 같은 모빌슈트(로봇)을 싣는 우주선 '화이트 베이스(SCV-70/LMSD-71)'가 등장한다.

▲화이트 베이스 SCV-70 프라모델. / 핀터레스트 갈무리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는 1970년대 소년 영웅이 적을 응징하는 슈퍼로봇 애니메이션과 달리 사실적인 전쟁 묘사와 복잡한 인간 드라마를 그려 어린이보다 당시 성인과 청소년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 기동전함 나데시코
1990년대 우주전함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기동전함 나데시코'다.
1996년 TV애니메이션으로 등장했던 '나데시코'는 각종 공격을 막아내는 '디스토션 필드'와 강력한 광범위 공격 무기 '그래비티 블래스터' 등이 탑재된 전투형 우주전함이다. 나데시코에는 인공지능 컴퓨터 '오모이카네'가 탑재되어 있어 함장의 각종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나데시코 1번함 피규어. / 아트스피릿츠 제공
나데시코 함장은 미모의 여성 '미스마루 유리카'다. 그녀는 지구연합사관학교 전략과를 수석 졸업하고 전투 시뮬레이션에서 무패를 자랑하는 천재 캐릭터지만 대책없고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묘사된다.
우주전함 나데시코는 이후 나노머신으로 강화된 인기 소녀 캐릭터 '호시노 루리'가 함장에 취임한다. 조연 캐릭터로 출발한 루리는 주연 캐릭터 유리카 보다 더 높은 인기를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