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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투자냐 투기냐' 韓 정부의 이분법적 잣대...과세 문제는 한방에 해결?

입력 : 2018.01.16 17:05:58


김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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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냐, 투기냐'

가상화폐 광풍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 논쟁은 JTBC의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호흡을 맞춘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의 장외 설전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유 작가는 "가상화폐 투자는 허황된 신기루를 좇는 것으로, 전 세계 사기꾼이 여기에 다 모여 있다"는 격앙된 표현을 썼습니다. 그는 또 정부와 지식인, 언론은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내야 한다고도 지적했습니다.

▲비트코인 이미지. / IT조선 DB

반면, 정재승 교수는 유 작가가 블록체인 기술을 모르는 발언을 했다고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가상화폐에 대한 과열된 투기는 부적절하지만, 그 거품이 꺼지고 올바른 방식으로 진정되는 경험을 우리 사회가 가져야 한다"며 "거래소를 폐쇄하는 방식은 최악의 문제 해결 방법이 될 것"이라 꼬집었습니다.

정보기술(IT) 분야를 오랫동안 취재해온 기자로서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습니다만, 투기 논란의 중심에 있는 비트코인의 약점도 분명하다고 생각됩니다. 또 한국 정부의 근시안적인 사고와 어설픈 대응책도 가상화폐 논란을 키우는 데 한 몫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1)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진짜 이유

가상화폐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비트코인입니다. 비트코인은 수많은 알트코인의 기축 통화 역할을 하면서 최근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었습니다. 1년 전 비트코인 한 개 가격이 100만원대였지만, 최근에는 2000만원대에 이릅니다. 1년 만에 20배쯤 가격이 뛰어 가상화폐 투기 붐을 주도하는 모습입니다.

비트코인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어떻게 기축 통화 역할을 할까요. 우선 비트코인은 새 코인이 발행될 때, 일종의 매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새 코인을 발행해 투자금을 현금으로 받게 되면 '유사수신행위' 등의 은행법에 저촉됩니다. 하지만, 특정 기업이 새로 발행한 코인을 투자자가 보유한 비트코인으로 교환하면 규제 당국이 규제할 방법은 딱히 없습니다. 코인 발행자는 자신이 발행한 코인 대신 확보한 비트코인을 시장에 내다 팔아 현금을 확보합니다.

이는 비트코인의 시장 가격이 이미 형성됐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입니다. 2017년 들어 가상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 ICO) 붐이 확산돼 많은 알트코인이 발행됐고 알트코인이 많아질수록 비트코인 수요도 커졌습니다.

비트코인은 2045년까지 2100만개만 채굴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비트코인 희귀성→ 알트코인 발행 → 비트코인 수요 증가 → 가격 상승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죠.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은 독특한 채굴방식입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 생태계에 참여한 컴퓨터는 10분마다 생성되는 블록의 정합성을 증명하면,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받습니다.

이 작업은 매우 어려운 수학 함수를 풀어 다수의 서버에 분산 저장된 블록을 비교해 왜곡된 블록이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당연히 더 빠르고 강력한 서버가 가장 먼저 블록을 검증할 수 있는데요, 문제는 가장 먼저 정합성을 검증한 단 한 대의 서버만 보상으로 주어지는 비트코인을 독식한다는 점입니다.

또 보상으로 제공되는 비트코인 수는 일정 채굴량을 넘어설 때마다 절반으로 감소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왠만한 컴퓨팅 파워로는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어려워지게 됐습니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오르면, 비트코인 채굴자는 더 강력한 컴퓨팅 자원을 투입합니다.

이미 소수의 중국 사업자가 비트코인 채굴 생태계 내 80%의 서버 네트워크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트코인 생태계가 특정 세력에 의해 왜곡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이미지. / IT조선 DB

(2) 한계점 드러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등장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생태계만 놓고 보면 이렇다 할 생산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오히려 막대한 전기를 낭비하는 소모적인 작업으로 인식되거나 더 나아가 '도박'이나 '사기'로 치부될 여지도 있습니다. 최근 반복해서 지적되는 프랑스의 튤립 버블보다 더 심각한 사회적 버블 현상으로 봐도 무리가 없는 수준입니다.

비트코인의 한계는 채굴 구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비트코인은 별도의 서비스를 얹을 수 없는 폐쇄적인 구조여서 새 서비스에 응용하기도 불가능합니다. 비트코인만으로는 블록체인과 4차 산업혁명의 연결 고리를 만들기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더리움으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역시 블록체인 기반의 이더리움 생태계는 비트코인 생태계의 단점을 보완한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구현할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더리움은 코인 전송 기능 외에도 여러가지 확장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최근 나오는 블록체인 서비스의 상당수가 이더리움 기반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한 예로, 야구경기 스코어를 맞추는 프로그램을 얹어 놓고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면 스포츠 토토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날씨를 예측하고 코인을 걸어 맞추면 보상을 받는 시스템 개발도 가능합니다. 소모적인 콘텐츠 서비스 외에도 최근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해킹에 강하다는 점을 살려 개인 의료 정보와 지자체 쿠폰 등을 이 기술에 얹어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술은 단순 변심이나 특정인의 악의적인 의도에 의한 계약 파기가 불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술로 부동산이나 자동차 등기를 거래하면, 거래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중개인이 없는 탈 중앙화 거래가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스마트 컨트랙트는 인터넷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애플의 앱 스토어가 독창적인 플랫폼 하나로 스마트폰 앱 생태계를 변화시킨 점을 고려하면, 블록체인 플랫폼이 갖는 파급력을 간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블록체인 생태계가 새로운 형태의 애플 앱스토어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 기업에 막대한 투자 자금이 몰리는 것입니다

김형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은 "블록체인 위에 다양한 모바일 앱이 생겨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하면 막대한 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면서 "스마트폰 앱이 그랬듯, 블록체인 역시 각 산업군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이 속에서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5일 서울 정부종합청서에서 진행한 ‘금융혁신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가상화폐 규제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김남규 기자

(3) 투기냐 투자냐 이분법 잣대가 문제

현재 정부의 태도는 가상화폐 투기 붐을 근절하고, 동시에 4차 산업혁명 기류에 보폭을 맞추기 위해 블록체인을 육성하되, 투기 양상을 보이는 가상화폐 시장에는 규제를 가한다는 투트랙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별개의 이슈로 보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함입니다.

가상화폐 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진 국무조정실은 15일 진행한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 입장' 브리핑에서 '가상통화실명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시세조작이나 자금세탁, 탈세 등 거래와 관련한 불법행위는 검·경 및 금융당국의 합동조사를 진행해 엄정히 대처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같은 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투기 논란에 휩싸인 가상화폐 시장을 통제하기 위해 "욕을 먹더라도 (가상화폐 시장을) 통제해야 한다"며 이 시장에 규제를 도입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에서는 가상화폐를 투기 혹은 투자라는 이분법적인 잣대로 보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합니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별개의 사안으로 보고 정책적 접근을 하려는 시도 자체가 더 큰 부작용을 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코인을 발행한 기업의 서비스가 어떤 형태로 발전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한 기업이 가상화폐를 발행하고 가상화폐를 활용한 블록체인 서비스를 시장에서 성공시키면 이는 건전한 투자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블록체인 서비스가 실패해 수많은 코인 투자자에게 피해를 줬다면 의도가 어찌됐든 사기가 될 수 있습니다.

가상화폐 시장을 투자나 투기로 규정하기 이전에 블록체인 생태계가 발전하려면 건전한 기업이 뛰어들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입니다. 또한, 다양한 실패 사례를 접할 수 있도록 투자자를 위한 교육을 강화해서 투기성 코인을 발행하는 기업과 투자할 가치를 지닌 기업을 구분하는 전 사회적인 안목을 키워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블록체인 업계 한 관계자는 "너무 많은 기업이 큰돈을 벌 목적으로만 코인을 발행하는 것도 문제이고, 반대로 투자자들도 가상화폐 뒷단에 있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생각하지 않고 맹목적인 투자를 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가상화폐를 투기나 투자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보려는 시도 자체가 부작용을 내는 시작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 시장은) 양념 반 후라이드 반과 같이 투자 반 투기 반이었으나, 최근 정부규제 발표가 계속 나오면서 기술가치를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분이 많아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및 경제부총리. / 조선DB

(4) 거래소 폐쇄안에 자율 규제 가속도

가상화폐 시장에 규제를 도입한다는 이슈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또한, 법무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바다 이야기'라고 폄훼한 것도 이미 1년 이상 지난 이슈 중 하나입니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 법무부가 왜 국민의 여윳돈이 몰린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를 운운하면서 가상화폐 거래 금지를 사회적 이슈로 부각했느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일단 정부의 규제는 2017년 7월부터 본격화했다고 봐야 합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금융 당국이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시장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규제로 막대한 거래 자금이 해외 거래소를 찾아 한국을 떠날 수 있고 국부 유출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습니다. 국부 유출 논리는 정부의 규제에 맞서는 거래소의 중요한 대응 논리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한국 정부는 가상화폐에 세금을 부과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설익은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오히려 투자자 사이에서는 내성이 생겨 거래가 활성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정부가 너무 쉽게 큰 돈을 벌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어떻게든 돈을 뜯어내려 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공공연하게 돌았습니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정부는 애초 가상화폐 거래에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법무부를 전면에 내세워 '거래소 폐지'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법무부의 거래소 폐쇄 검토 발언 이후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해 전 세계 가상화폐 시장에서 11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하기도 했습니다.

거래소 폐쇄 방안은 청와대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법의 사각 지대에서 폭리를 취하던 가상화폐 거래소와 한탕주의로 부를 축적하려던 투자자들을 조급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가 자율규제안을 만들어 먼저 정부에 세금을 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거래하면 된다던 투자자들도 거래소 폐지만은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거래소 폐지라는 극약 처방이 가상화폐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를 한방에 해결한 효과를 낳은 것입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6일 한 라디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관되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 점에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거래소 폐쇄안도 살아있는 옵션 중 하나이다. 종합대책 중에서 일희일비 하지 않고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큰 판을 보면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김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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