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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동의 특허토커] NPE를 보는 두가지 시선

입력 : 2018.01.04 20:48:23


유경동 윕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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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괴물(Patent Troll)'이란 말은 특허관리금융회사(NPE·Non-Practicing Entities)를 일컫는 대표적 지칭이다. 그만큼 무섭고 혐오스럽다는 건데, 정말 그럴까.

NPE란 개발이나 생산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사들인 특허를 토대로 일선 생산·판매기업에 싸움을 걸어 소송·라이선싱 등을 통해 돈을 버는 단체나 개인이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7월까지 우리기업이 전 세계 NPE로부터 당한 국제특허소송은 총 1020건으로 연평균 170건쯤이다. 중소기업도 있지만 주 먹잇감은 삼성·LG 같은 대기업이다. 뜯어먹을 돈이 많아서다.

특허침해 보상액은 피고측 매출에 비례한다. 침해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지켜만 보는 경우도 있다. 침해 특허가 적용된 제품으로 돈을 많이 벌 때까지 기다린다. 랜달 레이더 전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장은 "한국 기업이 특허소송을 많이 당하는 것은 장사를 잘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NPE의 주요 공격대상 한국기업(2015년 기준). / 특허청·한국지식재산보호원 제공

실제 전형적인 조세회피처(룩셈부르크) 소재 NPE '유니록'은 2017년 10월 한 달에만 LG전자를 상대로 총 8건에 달하는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와 넥슨도 2017년에만 각각 4건과 2건을 피소 당했다. 유니록은 2016년 카카오와 네이버를 상대로 동시에 소를 제기하면서 국내 기업의 경계 대상 1호 NPE로 등극(?)했다.

최근 유례없는 호황세인 한국 반도체기업을 NPE가 그냥 놔둘리 없다. 이미 1997년부터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라이선싱 등을 통해 큰 돈을 벌어온 '테세라'는 최근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삼성을 제소했다. 램버스도 10년 넘게 끌어온 송사를 끝내고 최근 SK하이닉스와 로열티 계약을 완료해 목돈을 챙겼다. 오죽하면 세계 메모리반도체시장의 양대 앙숙 삼성과 SK하이닉스가 특허공유 동맹을 맺고, NPE를 상대로 공동 전선까지 구축했을까.

▲한국기업 상대 NPE의 주요 공격분야. / 특허청·한국지식재산보호원 제공

최근 NPE를 가리켜 특허 괴물이라는 악의적 표현 대신 '특허관리전문업체'나 '특허권주장기업' 등으로 일컫는 국내외 문헌을 자주 접한다. NPE가 흑백 논리로만 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오히려 글로벌 IP시장에서 매력적인 비즈니스모델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순해 빠진 각국 유수의 대학이나 연구소가 요즘 가장 극렬한 NPE로 변모한 것도, 이들이 NPE를 보고 배운 게 있어서다. 미국 칼텍 공대는 최근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애플이 칼텍 보유 와이파이 기술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를 제기했다. 칼텍은 애플이 특허 침해 사실을 알면서도 아이폰5 이후 제품 대부분에 칼텍 특허기술을 무단 사용해 막대한 이윤을 남겼다며 손해배상은 물론 판매 금지까지 요구했다.

앞서 미 MIT는 애플과 마이크론을 상대로 매사추세츠 지방법원에 특허침해소장을 제출했다. MIT는 소장을 통해 애플이 자사 컴퓨터와 아이폰·아이패드 등 모바일기기에 MIT의 반도체 관련 특허기술을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특허는 1997년에 출원됐다. 특허권 만료가 임박했는데 소 제기 자체가 지나치다는 게 당시 분위기였다. 그만큼 대학이 극악해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 대학은 이같은 시선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NPE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강하다. NPE가 소송을 남발하면 우리 기업에 불리하다는 얘기인데, 이는 전형적인 대기업 논리다. 언론도 별다른 검증 절차 없이 이
논리에 편승했다. 하지만 NPE는 중소기업이나 개인 발명가의 우수 특허를 비교적 비싼 값에 사들인다. NPE의 순기능 중에는 '분배의 효과'가 있다. 반면 우리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특허나 기술력을 어떻게 대우해왔는가.

NPE 등장으로 소송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이를 통해 우리도 점차 'IP(지식재산권)비즈니스'의 중요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특허는 소송과 분쟁을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삼성전자를 상대로 1000억원을 벌어들인 인터디지털도 더이상 비난만 받는 것은 아니다. 우리 기업도 이제는 그들의 협상력을 관찰하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애플의 영상통화 기능인 '페이스타임' 등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해 7600억원을 받아낸 버넷X 역시 IP포트폴리오를 엮는 이들만의 '심미안'에 찬사를 받을 정도다.

NPE의 날카로운 공격을 막기 위한 맷집과 노하우도 단단해지고 있다. 2017년 8월 유니록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사이드싱크(SideSync)' 관련 침해소가 대표적이다. 유니록은 단 9일만에 이 소송을 자진 취하했다. 이례적이다. 그만큼 삼성이 초기 대응을 잘했다는 얘기다. 역설적이지만 NPE 덕에 갖추게 된 학습효과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경동 위원은 전자신문 기자와 지식재산 전문 매체 IP노믹스의 편집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국내 최대 특허정보서비스 업체인 ㈜윕스에서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IP정보검색사와 IP정보분석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특허청 특허행정 모니터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특허토커'와 'ICT코리아 30년, 감동의 순간', 'ICT시사상식 2015' 등이 있습니다. '특허시장의 마법사들'(가제) 출간도 준비중입니다. 미디어와 집필·강연 활동 등을 통한 대한민국 IP대중화 공헌을 인정받아, 올해 3월에는 세계적인 특허전문 저널인 영국 IAM이 선정한 '세계 IP전략가 300인'(IAM Strategy 300:The World's Leading IP Strategists 2017)에 꼽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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