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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대디가 미리 가 본 미래] 한국의 공교육은 약진 중인가, 후진 중인가

입력 : 2017.10.10 15:48:59


홈스쿨대디 김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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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학교 가기 싫어요." 6년 전, 초등 4학년생 큰 아들이 진지한 얼굴로 폭탄 선언을 했다. 필자는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여겼지만 아내마저 아들 편을 들었다. 결국 그로부터 1년 후에 큰 아들은 학교를 그만두었고 동생 둘도 그 뒤를 따랐다. 세 아들이 모두 학교를 그만두면서 필자는 학교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학교의 기원과 역사를 알아갈수록 우리 가정의 선택이 현명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

호모 데우스의 작가 유발 하라리는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역사 지식은, 현실이 필연적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준다. 유발 하라리가 전하고자 하는 뜻은 이렇다. 우리는 종종 '현실이 그런 거지'라고 말하면서 비판없이 현실에 순응한다. 그러나 역사를 공부하면, 현재가 과거의 우연과 사건들의 누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깨달음은 현재를 규정하는 제도와 관습 또한 언제라도 바뀔 수 있는 허약한 존재라는 것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여성인권 운동가들은 가부장제도가 농경시대에 시작됐다는 사실을 밝히는데 힘쓴다. 그리고 산업화 시대를 지나 정보화 시대에 이른 현대에는 가부장제도가 부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비슷한 이유로 흑인인권 운동가들은 노예무역의 역사를 연구한다. 그리고 현대사회 흑인들의 낮은 학력, 높은 범죄율 등은 수백년간 누적된 사회적 불평등의 결과라는 사실을 밝힌다. 그들은 이 지식을 가지고서 사회의 변화와 계몽을 촉구한다.

세 아들과 홈스쿨링을 준비하면서 필자는 공교육의 역사를 공부했다. 그리고 산업화시대에 시작한 공교육의 철학이 미래에는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 공교육의 과거

공교육의 역사는 고작 200년을 조금 넘는다. 1794년 프로이센이 세계 최초로 학교를 국가의 감독하에 두는 공교육법을 제정했다. 18세기 유럽 각국은 경쟁적으로 산업혁명을 시도했다. 프로이센은 산업혁명 선진국 영국을 따라잡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공교육을 통해 국민 수준을 끌어올려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노동자를 만들기로 했다. 간단히 말해서 당시 공교육의 목표는 순종적인 공장노동자 양산이었다.

이후, 산업혁명 후발주자인 일본, 한국, 중국 등도 프로이센의 뒤를 따랐다. 학교가 양산한 순종적인 공장노동자들은 아시아 경제의 고속성장에 확실하게 일조했다. 이 과정에서 암기위주 교육, 선다형 시험 위주 입시전통이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제 4차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당연히 새로운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런데 공교육 시스템은 스스로의 관성대로 움직이면서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 공교육의 미래

4차산업혁명 시대에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드는 핵심 동력은 지식과 정보다. 그래서 교육은 지식과 정보를 효과적으로 다루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교육 선진국들은 이미 발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학과목의 구분을 없앤 통합교육, 논술과 철학을 강조하는 시험 등이 그 예다. 우리 과학교육에 도입된 STEM도 그런 움직임 중 하나다.

하지만, 큰 그림에서 보면 한국의 공교육은 여전히 대학 입시라는 단기 목표에 매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학교는 체육 시간에 운동 대신 자습을 시킨다. 이유는 간단하다. 입시에 체력장 점수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창의적 사고가 중요하다지만 시험은 창의적 답, 복수의 정답을 거부한다. 입시에서 일체의 논란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교육, 이대로 계속 가도 좋을까? 4차산업혁명이라는 유행어를 소개한 세계경제포럼은 미래에 필요한 능력 10가지도 발표했다. 이는 다시 세 가지 그룹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 복잡한 문제 해결, 분석적 사고, 판단과 의사결정 등 인지능력 그룹. 둘째, 사람관리, 협업, 감성지능, 서비스 지향성, 협상 등 대인관계관리 그룹. 셋째, 창의성과 인지적 유연성 등 사고 유연성 그룹. 공교육이 이런 능력을 키워내지 못하면 미래는 불보듯 뻔하다. 수요과 공급의 격차는 필연적으로 인재부족과 무직자 양산의 문제를 만들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 해법을 만들어 주실 것을 기대한다.

▲미래에 필요한 역량. / 세계경제포럼 홈페이지 갈무리

◆ 홈스쿨링의 미래

필자의 가정은 공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가 없어서 직접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공교육의 역사가 짧다는 깨달음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뒤집어 말하면, 인류는 지난 수천 년간 부모가 자녀를 가르치는 홈스쿨링을 해왔다. 지금이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홈스쿨러 가족들이 모여 의논한 결과, 부모들이 전공과 경험을 살려 수업을 시작했다. 교사가 부족하니, 부모들은 과목별로 가르치는 대신 책 한 권으로 두어 과목을 동시에 다룬다. 예를 들어, '세계역사 이야기'로 국어와 역사 공부를 겸하고, '문제적 과학책'으로 과학과 작문 수업을 겸하는 식이다. 한 발짝 물러나보니 요즘 유행하는 통합교육이다. 교사로서 전문성이 부족하니, 부모들은 학생들에게 토론과 발표, 그룹 작업을 많이 시킨다.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공감, 협업 능력이 강화된다. 역설적이게도 홈스쿨러 공동체의 교육법은 4차산업혁명과 잘 어울린다.

공교육 외 별다른 대안이 없던 과거에는 홈스쿨링이 비정상 취급을 받았다. 반면, 개성과 창의성 등이 강조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홈스쿨링이 하나의 교육 대안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영국 공교육의 개혁을 강조하는 교육자 켄 로빈슨은 종종 홈스쿨링을 연상시키는 교육개혁을 언급한다. 미국에서는 홈스쿨러가 일정 요건을 갖추면 정식으로 학력인정을 받는다. 체육 특기생 홈스쿨러에게 체육수업을 개방하는 학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홈스쿨링이 교육의 대세가 될 거라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니다. 다만, 사회가 다양성과 창의성을 추구할수록 교육방식도 다양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교육 선진국의 발빠른 변화를 보면서 우리는 자문할 필요가 있다. 4차산업혁명의 파도 앞에서 한국의 공교육은 약진 중인가, 후진 중인가? 교육행정가의 권위나 교사들의 채용 관점이 아닌, 학생의 관점에서 공교육이 변화하길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본다. 다음은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교육이란 결국 사실의 학습이 아니라,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훈련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용성 홈스쿨대디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글로벌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경영컨설팅과 강의를 업으로 삼고 있으며 기업인들에게 4차산업혁명의 의미와 대응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세 아들을 홈스쿨링으로 키우는 5년차 홈스쿨 가장이며 홈스쿨링 커뮤니티에서 3년째 과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경영지해' '우리는 그들을 신화라 부른다' '에듀솔빙' 등 3권의 경영 도서와 자녀양육 도서 '아들아, 내가 맡긴 아이는 잘 키우고 있느냐?'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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